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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 템포, 샤브샤브, 블루보틀, 서울국제도서전, 옛 일터, 기념품

관리인
관리인2026년 6월 28일4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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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에 큰희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약속 시간은 6시로 정했다. 5시부터 합정 교보문고의 템포라는 카페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약속장소로 향했다. 누나는 카페에서 다른 뮤지션들(후에 알았지만 한 달에 저작권료만 일천만원씩 받는 사람들)과 이야기 중이었다. 인사를 할까 했지만 누나가 나를 인지하기 전에 뒤돌아 나왔다. 약속시간까지는 30분 남았고 그들은 이야기 중이었다. 나는 다시 템포로 향했다. 커피도 저렴하고 북적이지 않아 앉아 작업하기 좋았다. 화면엔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산책'이 떠 있다. 그림은 마네의 유리병 속의 라일락이다. 사진을 찍을 시점에는 이미 마네 장의 끝부분이었지만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뒤로 돌아갔다. 속물이 속물짓 했기로서니 뭐 어때. 금자씨가 한 유명한 말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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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내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샤브샤브집. 꽃등심 샤브 2인분을 주문했다. 맛은 괜찮았다. 직원들이 불친절하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귀찮은 듯한 태도여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여기서 큰희 누나와 근황과 돈 이야기를 하고 근처 두쫀쿠로 유명세를 탄 카페에서 조금 더 이야기 한 뒤 헤어졌다. 평소라면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배웅했겠지만 누나가 피곤해 보여 역사 내부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악수하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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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오늘 아침이다. 체육관에 가려고 옷을 갈아입는 중에 어머니가 커피 하지 않겠냐고 제안하였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블루보틀이 영업을 개시할 시간이 되어 있었다. 블루보틀에서는 단 맛이 나는 빵만 판매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절대 주문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머니가 식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맛은 다들 아는 맛이다. 설탕과 버터, 그리고 라즈베리.


돌아와서는 샤워하고 코엑스로 향했다. 운좋게 구석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옆에는 20대로 보이는 중국인 여자 두 명이 앉았다. 내 옆에 앉은 사람에게서는 구취가 났는데 양치질을 하지 않아서 나는 냄새라기보다는 후비루나 편도석 때문에 나는 알싸한 냄새였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누굴 안타까워 할 처지는 아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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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가 엄청났다. 먼저 몸을 틀어 피하는 편이라 웬만해서는 어깨를 부딪히는 경우가 없는데 두 번이나 충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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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부스. 내가 좋아했던 스타일리쉬(?)한 소설들을 출간했던 출판사라 어딘가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방문객이 많았지만 줄까지 서 있는 민음사에 비하면 한산한 편이었다. 관심이 가는 책들이 있었지만 결국엔 ebook으로 읽게 될 것이므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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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덕분인지 엄청난 인파가 몰린 민음사. 여기 직원들은 거의 아이돌 수준의 인기를 누리는 듯하다. 아예 들어가 볼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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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부스. 여기도 엄청난 인파가 있었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직원들의 말 속에서 매진, 품절과 같은 표현을 들었다. 인기 있는 굿즈가 있었던 모양. 옆에 예스24 부스도 있었지만 촬영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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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관에서도 부스를 세웠다. 학부모들이 아이와 줄을 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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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영세 출판사, 해외 출판사도 엄청나게 참가했다. 연예인처럼 생긴 작가가 모델처럼 서 있는 곳도 있었고 강연을 하는 곳도 있었다. 회사 소개를 하러 나온 건지 정치운동을 하러 나온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유명 출판사들도 나와 있었다. 친절한 척 음울한 원망을 품고 있는 나의 형제자매들이 직원 패찰을 목에 걸고 사람들에게 무어라 말을 하고 있었다. 아, 나는 냉소를 보이기 위해 형제자매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정말로, 내 친형제보다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다.


그러고 보니 문학동네 부스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보지 않아도 인파 때문에 들어가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들어가면 뭐 어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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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갔던 출판사. '프란츠'라는 출판사인데 음악 도서 전문 출판사라고 한다. 아무래도 내 생의 마지막 도서전 관람일 것 같아 여기서 기념서를 한 권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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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H도 채 안되어 나오고는 10년 전 일하던 곳에 방문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분위기, 공간 배치, 가난한 사돈 집에 방문한 부잣집 안주인이 지을 법한 표정을 하고 있는 여자들. 소파에 앉아 전화기 화면만 바라보며 옷먼지 때문에 재채기 하는 남자들. 자신의 매력을 무기화 시키는 데 익숙한 직원들. 그 모든 요소들이 공공 화장실에 난 작은 창에 드는 바람처럼 머릿속을 한 바퀴 돌고는 떠났다. 그리고 나도 그것에게 다시 한 번 무의미한 작별인사를 했다. 왜 그 행위가 무의미한지는 이 글을 읽게 될 미래의 나도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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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샀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다. 대담집 비스무리한 것 같은데 내년쯤이나 표지 꺾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