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리뷰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走ることについて語るときに僕の語ること,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Haruki Murakami)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되었다. 처음에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나중에는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서 달렸다. 결국 둘 다 실패했다. 시간이 지나며 체중은 더 늘었고 머릿속은 생각들로 가득 찼다. 후자와 관련해서 그나마 바뀐 것이 있다면 생각에 대한 나의 관점이었다. 나는 사고 현장에서 시체를 보기 위해 서성이는 구경꾼처럼 문제의 주변에서 처참한 광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바라본다고 해서 운전자가 멀쩡히 걸어나오지는 않았지만.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읽은 건 그로부터 7개월 전이었다. 이미 기억은 흐릿해졌다. 남아 있는 인상은 젊은 일본인 부부가 유럽에 체류하며 느낀 더위와 추위, 그리고 혈기뿐이었다. 그런데 문득 트레드밀에서 숨을 몰아쉬다가 그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달리기의 생리적 효용을 다루지는 않는다. 하루키는 제목처럼 달리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가벼운 리듬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책을 덮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하지만 좋은 에세이가 늘 그렇듯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작가에게 공감하게 된다.
하루키는 삶을 달리기에 비유하려는 듯하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않고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으며 멈추지 않고 끝까지 달려나간다는 점에서 그러한 비유는 유효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어떤 생각에 몰입할 수도 있고 나처럼 사고의 구경꾼이 될 수도 있다. 운 좋은 사람이라면 머릿속을 텅 비워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은데 내게도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좀 더 달려보면 알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