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내가 화를 낸 이유

관리인
관리인February 15, 2026

그저께는 동생의 대학원 졸업식이었다. 식이 끝나갈 무렵 동생이 미리 나와 사진을 찍자고 하였다. 식이 끝나면 포토 스팟이 붐빌 상황을 예상한 행동이었다. 어머니는 동생이 혼자 서 있는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다른 졸업생 가족에게 부탁해 셋이서 서 있는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동생과 어머니가 나란히 서있는 사진은 내가 찍었다. 동생이 다시 식장으로 돌아간 뒤 어머니가 말했다.

"사진 참 못 찍는다. 안 찍어 버릇해서 그렇겠지"
"안 올 걸 온 거야. 잘 찍고 싶으면 저기에 있는 전문 사진사한테 부탁하든가"

듣고 싶지 않아 역정을 냈다. 내가 봐도 사진은 좋지 않았고 사진을 못찍는 이유 역시 어머니의 말이 정확했다. 나 역시 내가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좋게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화를 내버렸고 그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 내게 축구를 못한다고 말했다면 나는 아마 절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축구를 잘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고 노력해본 적도 없다. 그것은 내가 축구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을 못 찍는다는 말에 나는 화를 내었다. 이는 내가 '사진'에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나는 그 장소에서도 무릎을 굽히거나 사진을 가로, 세로로 변경해가면서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말과 사진이 보여주는 처참함이 나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화를 내버린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진이 아니라 업무 결과물에 대한 비판이었다면 나는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 부족한 점을 메모하고 다음에는 좀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이번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머니가 나를 비난해서 화를 냈다. 그리고 내 반응은 정당했다'라고 생각했다면 앞으로도 나는 사진을 '공놀이'로 취급했을 것이다. 내게 사진을 잘 찍고자 하는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외면했을 것이다.

작가 수준으로 사진을 잘 찍을 필요는 없지만 불만을 최소화 할 정도는 되어야 하겠다. 이제사 못난 사진 앞에서 아쉬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