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hohner.de/en/instruments/accordions/chromatic/nova/nova-i-49f
프리베이스 아코디언을 찾아보던 차에 우연히 구매하게 된 물건. 민트급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직접 보니 정말로 민트급이었다. 일단 외관에는 흠집을 비롯한 사용감이 전혀 없었다. 트레블 버튼과 베이스 버튼도 전부 잘 작동했다. 베이스 버튼 중에 음정과 함께 스프링이 튕기는 듯한 고주파 음이 나는 버튼이 두 개 있었지만 연식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일단 이 물건은 판매하는 곳 자체가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20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호너에서 더이상 생산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녀석의 자매품인 Hohner bravo I 49F는 피아노 아코디언으로, 국내 악기점에서도 취급하는 곳이 있다. 그러나 26건반이기 때문에 대략 2옥타브 정도밖에는 소화하지 못한다. 반면 이 녀석은 48키인데다가, 동일 음색 버튼을 제외하면 37키나 된다. 즉, 약간 장난감 같은 음색일지언정 3옥타브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베이스도 동일하다.
문의 시 판매자는 매너가 매우 좋았고 교양을 감출 수 없는 어투를 사용하였다. 희소 악기(아코디언을 희소악기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한국에 프리베이스 아코디언 연주자가 얼마나 될까...) 연주자 중에는 부유한 집안의 중년 여성이 많기 때문에 (나의 첫 악기 거래가 그러하였다), 이 분 역시 그러하리라 예상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부진 체형의 인상 좋은 남성이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음악/음향 관련업 종사자였다. 너무 저렴한 가격에 내어 놓으셨길래 대놓고 그 이유를 여쭤봤다. 익히기 어려워서 내어 놓으신다는 말씀이 돌아왔다. 구매처도 여쭤보았다. 이베이에서 구매하셨고 판매국은 불가리아로 기억한다고 하셨다. '지금은 매물이 전혀 없던대요'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 했지만 혹시 거래를 취소하실까봐 꾹 참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거래를 취소하실 분은 전혀 아니었다)
거래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오신 게 죄송스러워 왕복 차비 5만 6천원에 조금 더해 6만원을 드렸다. 판매자께서 잘 사용하길 바란다고 응원해주셨다. 나도 인사를 드리고 돌아섰다.
이 녀석은 B-type의 키 배열을 가지고 있는데, 집에 돌아와 음계를 익히는데 애를 먹었다. 여전히 음과 버튼 위치가 매치되지 않는다. 정말로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다만 익히기만 한다면 피아노 아코디언보다 쉽게 연주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키 배열이 건반형처럼 일렬이 아니라 곡선형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달걀을 움켜쥘 수 있는 크기의 손을 가지고 있다면 건반형보다 효율적으로 연주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피지컬에 덜 의존적인 데다가 옥타브를 넘나들 때도 건반형보다 짧은 거리로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추후 고급 모델로 넘어간다면 솔직히 건반형 프리베이스 아코디언을 구매하지 않을까 싶다. 피아노에 익숙한 사람은 더 쉬운 연주가 가능한데다가 피아노 연주에 사용하던 테크닉을 상당 부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구입 및 유지비에서도 버튼형이 조금 더 비싸기도 하고 말이다. 돈과는 무관하겠지만, 요즘은 신기하게도 동유럽 출신 신진 전문 연주자들도 피아노형을 꽤 사용하는 듯하다.
나의 우선 목표는 이 바얀으로 바흐의 인벤션을 무리없이 연주하는 수준에 다다르는 것이다. 그 이후에야 중형 사이즈의 제대로된 입문 모델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