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기만 또는 어리석음

기만 또는 어리석음

관리인
관리인2026년 5월 30일1 분

신부가 운다. 결혼식장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가족이 아버지의 음성을 AI로 학습시켜 스피커로 송출한 것이다. 신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고 하객들도 눈물을 흘린다. 댓글에도 오열했다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죽은 가족의 목소리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들리다니, 나역시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오래 전엔 뉴스에서 이런 장면을 보았다. 한 여자가 VR 고글을 쓰고 울고 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양 팔을 뻗고 있다. 사고로 죽은 어린 딸을 안으려는 것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고글 속에선 3D 모델링 된 딸이 이런 말을 한다. "엄마 난 여기서 행복해. 엄마도 내 걱정 하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 우리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직전 대화문을 쓰는데 눈물이 차오름을 느낀다. 그래 나는 역시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기만, 악의가 없었다면 어리석음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을 행위에 대해서. 그리고 기꺼이 감정을 유린당하기를 원하는 자신에 대해서도 말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슬픔도 기쁨도 모두 내것이다. 자신이 쓴 대사에 맞춰 오열하는 신부를 보면서, 마치 거기에 어린 생명이 있는 것처럼 팔을 뻗는 어머니를 보면서 악마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아니, 그것에게 감정이 있기는 할까? 아니, 차라리 없기를 바란다.